한국 최고의 체스 선생님

Aeroflot Open 참가 후기 Part 2. 있었던 일들 - (1)한국~모스크바 본문

2022체코오픈참가

Aeroflot Open 참가 후기 Part 2. 있었던 일들 - (1)한국~모스크바

koreasgm 2009. 4. 20. 15:05

이 글은 다음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성호군의 이야기를 옮겨 적었습니다.

--------------------------------------------------------

지난번에 비용을 쓰고 한참 후에야 글을 쓰네요 ㅋ

뭐 재밌진 않겠지만 그냥 있었던 일들을 적어볼까 해요

게시판에 뉴나 띄울려고.. ㅋㅋ

편하게 반말체를 썼으니 양해 바래요-

아, 이번엔 어쩌다보니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것도 주의.. 조금씩 끊어

읽으세요 ;;

=======================================================================

Part 2-(1) 한국~모스크바

2월 15일 일요일 8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짐을 싸느라 전날 늦게 잤지만

긴장한 탓인지 다행히 늦잠은 안 잤다ㅎㅎ

눈을 반쯤 뜨고 씻고 밥 먹고 허둥지둥.. 그러다보니 벌써 10시에 출발하게

됐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12시 40분인데.. 좀 불안했다 ;;

(2시간 후 불안은 현실로..)

공항에 11시에 도착해 티켓 받고, 로밍을 하니 11시 40분.

거기에 무슨 여유인지 가족들과 홍차와 도넛을 먹었더니 12시다;;

솔직히 그때는 이 정도면 넉넉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가족과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어이쿠! 줄 엄청 길어주셨다.. ㅜ

이때부터 불안과 짜증이 극도에 이르렀다 ;;

오랫동안 기다려서 겨우 몸수색을 받고 들어갔다.

내가 탈 비행기가 몇 번 게이트냐; 109번이구나, 109번 찾는데..

으아 ㅜ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 한단다.

(※주의! 100번대 게이트는 모노레일을 타야 하니 서두릅시다!)

시간을 보니 10분이 채 안 남았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서 5분전쯤에 겨우 탈 수 있었다.

(휴~) 숨을 고르면서 있는데 조금 있다 방송이 나왔다.

“승깩 여러뿐, 안녕하쉽니까.” 로 시작된 러시아 승무원의 말은

“츌바리 한 쉬간 지욘대켔으니 양해 바랍뉘다.”로 마무리되었다.

아나.. 왠지 출발부터 꼬이는데? ㅜ 이것이 곧 러시아에서

있을 악몽의 서막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ㅎㄷㄷ..

신문도 보고 괜히 눈도 감아보고 하다보니 이륙. 이륙하는 동안 잠깐의

즐거움을 맛보고ㅋ

다음부턴 폐인모드 크흑..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다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점심! 너무 지루했던 터라

별로 배고프진 않았지만 점심이 반가웠다 ㅋㅋ

점심은 밥, 닭고기/생선(선택), 연어 샐러드, 모닝빵, 버터, 케이크였다.

난 닭고기를 먹었는데 삼계탕처럼 돼서 나름 맛있었다.

다른 것들도 보통의 맛을 내주어서 무난히 먹었다.

다 먹고 나선 레몬 홍차 한잔~ 이 맛이죠~ (끄덕끄덕) 그렇게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가고 또 폐인 모드..

잠자다 일어나고 창밖 보다 핸드폰 만지작.. 아우 시간은 왜이렇게 안가니ㅜ

그렇게 몇 시간을 뒤척이다 저녁이 나왔다.

저녁은 군만두, 잡채(군만두와 섞여있다.), 모닝빵, 버터, 오예스였다.

군만두는 당연히 냉동만두였는데 한숨이 나왔다.

잡채라고 말하기 뭐한 잡채도 대략 비슷했다. 다른건 뭐 공산품이니까...

홍차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죽을것 같은 10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러시아 도착!

창 밖으로 풍경을 보니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또 왠지 모르게 척박하고 싸늘해 보이는 저 풍경..

나도 모르게 잠시 움찔했다. 무사히 착륙하자 러시아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박수를 치는구나..

살아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인가?ㅋ

그 기세에 나와 몇몇 한국사람들도 얼떨결에 같이 박수를 쳤다.

나는 뒷자리쪽에 있어서 기다리다 제일 나중에 내렸다.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으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후부터 악몽 퍼레이드~

악몽 Part 1! (두둥!)

입국 소속 줄이 장난 아니게 길었다. 사람은 바글바글,

창구는 몇 개 없고 창구 누나들은 여권을 만들어서 주는지

속도가 개느리고.. 또 다들 줄은 어찌나 애매하게 서는지 옆쪽에서

들어오고 아악.. ㅜ

겨우 자리 지켜서 2시간 만에 입국 심사 통과. 착륙했을 때의 기대감은

온데간데없이 녹초가 돼버렸다.

악몽 Part 2! (둥둥!)

픽업해주는 사람이 있을텐데.. 어딨나~ 이리저리 살펴보고 요리조리

살펴봐도 없구나.. 없다구!! 혹시나 해서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도 살펴보고 aeroflot 항공사에 물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

터키에서 너무 쉽게 픽업돼서 당연히 그럴줄 알고 연락처도 안 적어 간

내가 잘못이다.

그렇게 헤매다가 한국분 발견! 저 좀 도와주세요!

(위기의 순간엔 소심함도 사라진다. 끄덕끄덕..)

그렇게 통역까지 끼고 인포메이션 등등에 물어봤으나 당연히 실패.

Aeroflot Open 조직위원회만 아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도와주신 한국분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결국 나는 내가 묵을 호텔로 직접 가는 수밖에..

인포메이션에 Gamma-Delta 호텔에 어떻게 가는지 물었다.

여기서 825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서 어디까지 가서

갈아타서 어디까지 가면 된다고.. 친절하셨지만 너무 어려웠다ㅜ 그치만

방법이 있나. 벌써 해는 졌고 공항에 있어봤자

달라질것도 없는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밖에 나가 버스를 기다렸다.

너무 추운데 30분이나 기다려도 안 왔다.

이거 안 오는거 아니야 하는 순간에 저 멀리서 825라는 숫자가 보였다.

가는 역 확인하고 버스에 올랐다.

악몽 Part 3! (두두둥!)

인포메이션 아주머니께서 버스비가 20루블이라 해서 냈는데, 표를 안준다.

(러시아 버스에선 기사에게 돈을 주면 표를 준다.)

손가락 다섯 개를 펴는데 계속 못 알아듣다가 한참 후에야 그것이 5루블을

더 내라는 뜻임을 알았다.(뒤에 사람들 답답해했다.)

표를 받고 뒤로 가는데 에? 이 봉은 뭐지? 지하철처럼 미는 봉이 있었다.

나는 표 사고 나서 정신이 나가서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미는데 밀리지 않았다. (뒤에 사람들 미쳐간다;;)

뒤에 사람들 중 한 아주머니가 큰 소리를 내며 내 표를 뺏어서

기계 구멍에 넣자 봉이 밀렸다. 아 이런 거구나 ;;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거의 2분동안 입구에서 낑낑대느라

혼이 다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 일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그 몇 분동안 나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난처했다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드디어 출발. 버스에 도착할 역 이름이 써 있는걸

보긴 했지만 언제 내려야할지 알 수 없었다.

맨 아래 써있는거 보면 종점일 것 같긴한데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물어봐야 되는데.. 방금전에 표 때문에

우왕좌왕한지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내 러시아어 수준은 바닥이고.. 그렇게 한 20분을 눈치를 살피다가

한 미모의 여학생(ㅋㅋ)에게 겨우 입을 떼서 물었다. “영어 할 줄 알아요?”

그러자 “Yes I do.” 이라고 대답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지하철노선도를 보여주며

이 역에 가려고 하는데 언제 내려야하냐고 묻자 종점이라고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나니 대화 단절. 그후 종점까지 약 20분동안 조용히 갔다.

드디어 종점 도착. 지하철역이 어딘가 둘러보는데 마침 저 앞에서

“지하철 역이 어디에요?”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그 아줌마만 따라갔다. 근데 그 아줌마와 나 사이에

아까 그 여학생이 껴 있었다. 그러니까 아줌마-여학생-나 이렇게

짐을 끌고 역으로 걸어갔다.

매표소에 왔는데 그 여학생이 내가 자길 따라온줄 알고

나에게 친절하게 표 사줄까요 하고 묻는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그래달라고 했다.

지하철 요금은 1회 22루블(약 880원).

(러시아는 거리에 상관없이 한 번 타면 무조건 22루블이다.)

그렇게 표를 사서 기계에 대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러시아는 들어갈 때만 표를 기계에 대고 나올 때는 그냥 나온다.)

아직도 그 여학생과 같이 가고 있었다. 지하철에 타자 그 여학생이

어디로 가냐고 묻기에 나는 지도를 보여줬다.

그러자 여기서 갈아타야 한다며 가르쳐줬다.

내가 불안안 표정으로(그렇게 보인듯 하다.)

고개를 끄덕이자 여학생은 자기가 갈아타는 것을 도와주겠단다.

원래는 A역에서 내려서 가는데 나를 위해서 B역에서 갈아타서 가겠다는 것.

아 감동ㅜ 난 너무 고마워서 그렇게 해도 되겠냐고 예의상 한번 묻고

땡큐를 연발했다. 그 여학생은 사실 처음 봤을때

친절해보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근데 말할 때는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줘서

약간 놀랐다. 하지만 말을 안 할때는

다시 원래의 무서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B역에서 내릴때 여학생은

네 정거장 남았다고 가르쳐줬다.

나는 끝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다섯 번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학생이 없었다면 난 호텔에 도착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학생에게 매우 감사하다. Большое спасибо!

다행히 호텔은 역에서 멀지 않아서 쉽게 찾았다. 다만..

악몽 Part 4! (두둥둥!)

호텔에 도착했으니 나는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편히 자면 되는거야..

그러나 Aeroflot Open 관계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리셉션에서는 죄송하지만 그런 것은 모른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기억엔 분명히 그 호텔이 맞았다. 하지만 호텔의 요정들은 그런 것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대했다.

미칠 노릇.. 그쯤 돼서는 피곤과 스트레스, 공포, 불안 등이

하나의 카오스가 되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나는 기어이 또 한국인을 발견해냈다. 출장온 아저씨 세 분이었는데

여차저차 사정을 얘기하자 자신들의 가이드에게도

물어보았고, 방에서 인터넷도 쓸 수 있게 해주셨다.

덕분에 이 호텔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고 전화번호도 적었다.

회의 때문에 다시 급하게 가셨지만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명함이라도 받아둘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위원회 연락처로 전화를 해봤지만 너무 늦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밤도 너무 늦었고 피곤해서 나는 다 포기하고

하루는 돈을 내고 묵어야겠다 생각하고 돈을 꺼냈다.

그리고 체크인하려고 리셉션의 한 아줌마에게 갔다.

(호텔의 요정들하고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

나는 마지막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그 아줌마가 센스가 있어 보이기에

혹시 체스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아냐고,

이 호텔에서 열린다고 등등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그 아주머니는 예약을 했다는 말이죠? 하고

여권을 받아들고 예약을 확인했다.

맞다 예약. 분명히 예약이 돼있을 터였다. 내가 너무 많은 일을 겪은 나머지

머리가 어떻게 돼버렸던 모양이다.

그 아주머니 덕분에 나는 하루치 방값을 안 내고 편안히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후우~~ 저녁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지만 다 생각하기 귀찮아서 옷만 갈아입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투룸인데 내일 누가 들어오려나 걱정, 기대하면서.

Comments